비가 간절한 고대 근동과 이스라엘 우기



“이스라엘의 날씨는 항상 이렇게 구름이 끼고 비가 오나요?” 우기 즉 우리나라의 겨울철에 이스라엘에 여행을 오신 분들은 가끔씩 이런 질문을 하곤 합니다. “아뇨, 이런 날씨가 오히려 드문 현상이지요.” 이런 답변은 이곳에 살면서 건기인 여름이 얼마나 메마르고 길게 느껴지는 가를 체험한 후에 나오는 말이기도 합니다. 비는 중동 또 이스라엘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볼까요?

이스라엘 우기에 내린 폭우로 홍수가 난 유다 광야

(이스라엘 우기에 폭우로 홍수가 된 유다 광야)

글의 순서



1. 이스라엘 기후의 특징

이스라엘은 지중해의 남동쪽, 즉 사막과 바다가 서로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사하라와 아라비아 사막과 근접하고, 북쪽으로는 러시아-시베리안 평야와 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우 덥고 건조한 여름이 5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겨울철에는 예상외로 기온이 낮고 춥습니다. 계절은 여름과 겨울로 구분되기보다는 건기와 우기로 나눕니다. 물론 봄, 가을과 비슷한 기후 현상을 보이는 환절기가 있지만 보통 비가 내리는 시기인 10월 중순경부터 4월 중순 경을 우기라 부릅니다. 반면에 5월 첫 주부터 시작해서 10월 첫 주까지의 기간을 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름이 더욱 길고 메마르게 느껴져 사실 우기는 사실 단순한 추운 겨울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합니다. 왜냐하면 축복의 상징인 비가 오는 시기이기 때문이지요. 시편 기자는 “…저의 기운은 여름날 한더위에 다 빠져 버렸습니다 (32,4)”라고 고백합니다. ‘쉬타(shittah)’라는 아랍어는 “겨울과 비”란 의미로 함께 쓰이는 데, 이 “겨울과 비”는 4월이 되면서 함께 지나가 버립니다. 그래서 솔로몬의 아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자, 이제 겨울은 지나고 장마는 걷혔다오 (2,11).”

안정적인 기후의 건기와는 다르게 우기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날씨가 불안정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주기적으로 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이런 현상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햇볕이 비치고 맑았다가도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비가 내리는 일이 비일비재하지요. 이러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시기에 북쪽 산맥의 성충권에서 찬 공기가 형성되는 데 반해 지중해와 홍해와 걸프 만의 물은 따뜻해,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아주 강하게 휘몰아칩니다. 아프리카에서 형성된 지중해의 따뜻한 공기와 유럽 대륙에서 불어오는 찬 기류가 만나면 제트기류는 더욱 활발해지면서 자주 태풍을 동반합니다. 이는 지중해에서 일주일정도 폭풍과 번개를 동반하면서 비를 내리게 하고, 지중해 연안의 팔레스타인 평야지대로 상륙해 삼일 정도 장대비로 변해 폭우가 되어 쏟아집니다. 이 비가 내릴 때의 광경은 검은 먹구름이 산처럼 밀려오고, 강한 바람을 동반한 장대비로 인해 한 치의 앞을 보기도 힘들며, 온 세상이 빗속에 잠긴 것처럼 물바다를 이룹니다. 이런 현상은 어쩌면 중동 지방만의 독특한 집중호우라고 할 수 있지요. 한 예를 든다면, 예루살렘의 경우, 평균 강우량인 560mm의 비가 50일안에 다 쏟아져 버립니다. 반면에 런던의 경우, 이 560mm의 비는 168일 이상에 걸쳐서 내린다고 합니다.

2. 유다이즘 안에서의 비의 중요성

초막절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는 요즈음 먹구름이 몰려와 비를 내려 줄 것 같아 마음이 설레어 하늘을 올려다보곤 합니다. 유다인들은 이때쯤으로 해서 회당에서 비가 풍족히 내리도록 기도합니다. 비가 와야 하는 시기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이기도 해서 단식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정해진 날짜가 있었지요. 그렇다면 언제부터 기도를 시작할까요?

첫 번째로는 초막절의 마지막 날부터 기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미쉬나, Ta’anit 1:1). 그런데 초막절 기간 중간에 비가 오는 것은 하느님의 저주의 표현이었답니다. 초막절이 끝나고 15일 뒤 즉 유다력으로 헤쉬반 (Heshvon)월 (약 11월 7일째 되는 날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빌론에서 온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에서 다시 바빌론까지 돌아가는 기간이 15일이 소요됐기 때문에 자기의 형제들이 유프라테스 강까지 무사히 돌아갈 때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Taanith 1:3).

그런데 만약 Heshvon월 7일째 까지도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유다인들은 개인적으로 단식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사흘을 단식 하는데 월요일, 목요일, 다시 월요일이었고, 단식을 하는 도중에 밤이 되면 먹고 마실 수 있었고, 일하는 것과, 목욕, 그리고 성적인 교제까지도 허락되었습니다(Taanith1:4).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가 Kislev(12월경) 월 첫째 날까지도 오지 않는다면 산헤드린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식적인 3일의 단식(Kislev 월 1,2,셋째 날)을 선포했답니다. 이때도 역시 해가 지고 나면 먹고 마실 수 있었고 일과 목욕, 기름 붓고, 그리고 샌들을 신는 것도 허락이 되었습니다. 산헤드린이 정한 이 3일이 지나도록 여전히 비가 오지 않으면 산헤드린은 다시 3일을 더 연장해서 단식(Kislev월 4,5,여섯째 날)을 선포했다고 합니다. 이때는 먹고 마시는 것이 허락은 되지만 일하는 것과 목욕, 기름 붓기, 샌들을 신는 것, 성적인 관계 등등이 금지되었습니다(Ta’anit 1:5).

만약 이 6일이 지나도록 여전히 비가 오지 않으면 산헤드린은 이번에 다시 7일을 더 연장해서 단식을 선포하는데 이 때는 단식을 알리기 위해서 나팔(Shofar)를 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상점 문들을 닫아 일을 하지 않고, 모든 비즈니스를 축소했습니다. 다만 목요일에만 상점을 여는데 그 이유는 안식일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답니다(Ta’anit 1:6).

이렇게 해서 산헤드린이 단식을 선포하는 날은 총 13일인데, 만약 그 13일을 지났음에도 비가 오지 않으면 유다인들은 자신들의 모든 사업을 축소시켜서 일을 해야 하고, 집을 짓거나, 약혼식이나, 결혼식을 하지 않고, 심지어는 길거리에서 서로 만나더라도 인사도 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그때부터는 모든 유다인들이 다시 개인적으로 금식을 해야 하는데 Nisan월(4월)까지 즉 우기가 끝날 때까지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Nisan 월이 끝났음에도 비가 오지 않으면 그것은 하느님이 내리신 재앙의 상징이었습니다(Ta’anit 1:7).

3. 예수님의 비유와 성경 이야기

성경에서 비가 야훼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축복의 상징으로 묘사되고(요엘 2, 23; 야고 5, 7등), 그리고 미쉬나에서 비에 관한 장을 할애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스라엘 땅이 얼마나 비를 필요로 하고 있는 지를 잘 알 수 있겠습니다.

예수님의 비유도 우기의 이러한 현상을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휘몰아치자 무너져 버렸다.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마태 7, 24-27).” 팔레스타인 갈릴레아 지방의 급경사로 형성된 언덕의 반석 위에 견고히 짓지 않고 엉성한 모래 위에 지어진 집은 강한 폭풍과 함께 비가 억수로 쏟아져 언덕에서 폭포수처럼 물이 쏟아져 강타를 당하면 여지없이 쓰러지고 마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에즈라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바빌론에서 돌아온 유배자들은 명령에 의해 예루살렘의 하느님의 집 광장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마침 겨울비가 내려 사람들은 비를 맞으면서 에즈라 사제의 강론을 듣고 있었습니다. 아마 강론이 길어 졌나 봅니다. 모인 사람들은 비에 흠뻑 젖어 오들오들 떨면서 불평을 합니다. “그러나 백성의 수가 많고 때가 장마철이어서, 이렇게 바깥에 서 있을 힘이 없습니다 (에즈 10,7-13).”

우기가 되면 사람들은 비가 많이 내려주기를 학수고대합니다.. “땅에 비가 오지 않아 밭이 갈라지니 농부들이 부끄러워 머리를 가린다 (예레 14, 4)” 비가 오지 않으면 “가난한 이들은 추운 겨울에 옷도 없고 덮을 것도 없이 알몸으로 지낸다 (욥 24, 4.7)”라고 표현한 것처럼 지금도 유다인들은 하느님께서 비를 풍성히 내려 주시도록 열망하며 기도합니다. 우기의 비를 세 가지를 분류해 보면 이른 비, 강우량을 결정해주는 일반적인 비, 그리고 늦은 비로 나눌 수 있지요 (신명 11, 14; 예레 5, 24; 호세 6, 3; 요엘 2, 23). 이른 비는 10-11월경에 내리는 비로서 건기 내내 말랐던 땅에 습기를 주어 파종을 하도록 하는 비입니다. 그리고 12-3월 사이에 내리는 비는 일 년의 강우량을 결정해 주는 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비가 충분히 내려야 일년을 물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늦은 비는 보리와 밀의 낱알이 제대로 여물어 풍작을 가져다주도록 하는 비입니다. 이스라엘의 수자원 중 90%를 이런 비에 의지하고 있지요. 그러니 고대로부터 제 때에 비가 충분히 오는 것이 야훼 주 하느님의 축복임을 사람들은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레미야 예언자는 “이민족들의 헛것들 가운데 어떤 것이 비를 내려 줄 수 있습니까? 하늘이 스스로 소나기를 내려 줄 수 있습니까? 그런 분은 주 저희 하느님이신 바로 당신이 아닙니까? (예레 14, 22)”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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