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훼 하느님께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당신의 백성들을 인도해 주시면서 하신 약속의 말씀임이 분명합니다. 이 말씀처럼 오늘날에도 이스라엘 땅에서는 각종 채소와 과일들이 많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가나안 땅에서 자라고 있는 곡물들과 식물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일곱 가지 소산물 중 밀과 보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사악이 그 땅에 씨를 뿌려 그 해에 수확을 백배나 올렸다” (창세기 26, 12)라는 성서 말씀을 통해 곡물들은 수천 년 동안 고대 근동에서 재배되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밀과 보리는 그 당시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양식이었지요. 그러므로 신명기 8, 8에 열거된 일곱 가지 소산물 중 첫 번째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입니다.
날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루카 11:3) 신명기 8:7-8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는 이제 너희를 기름지고 넓은 땅, 골짜기와 산에서 지하수가 솟아 샘이 되고 냇물이 흐르는 땅으로 이끌어 들이려고 한다. 그곳은 밀과 보리가 자라고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가 여는 땅이요, 올리브나무 기름과 꿀이 나는 땅이다”.
(밀 추수기가 된 이즈르엘 평야 풍경)
글의 순서
- 1. 성경의 식물: 밀 (Triticum Durum, Wheat)
- 2. 성경의 식물: 보리(Hordeum Vulgare, Barley)
- 3. 오메르 ((Omer: 너의 복을 세어 보아라)
1. 성경의 식물: 밀 (Triticum Durum, Wheat)
밀 (Triticum Durum, Wheat) 성서 시대의 주 곡물은 밀이었습니다. 그리고 밀의 원산지가 이스라엘이라고 할 정도로 그 역사가 깊습니다(이사악의 시대인 기원전 2000년경에 이미 이 땅에 오래전부터 밀이 재배되어 왔음을 고고학 유물을 통해 알 수 있어요). 이스라엘의 농업은 관개에 의존하기보다는 우기(10월-4월 중순)에 내리는 불안정한 비에 의존해야 했으므로 가뭄이 심한 경우 흉작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기도 했습니다. 성서에도 극심한 가뭄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굶주림으로 고통당하는 일들이 종종 언급되고 있습니다(123회).
이스라엘 땅에 자라고 있는 밀을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 데, 하나는 ‘트리티쿰 두룸(Triticum Durum, durum wheat)’ 이라 불리는 종으로서 이는 성서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온난한 기후 지역에서 재배되는 주 곡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밀은 글루우텐 함량이 많아 품질 좋은 밀가루의 원료가 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에메르(emmer)’ 라고 하는 ‘트리티쿰 디코쿰 (T. dicoccum, whild whaet) 입니다.
밀의 파종 시기는 이른 비가 내리는 시기(10월-11월) 전 후이고, 그다음 해 6-7월경에 추수를 하게 됩니다. 두룸 밀은 빵의 원료로 쓰일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특별한 요리에 쓰이며 특히 하느님께 바쳐지는 빵(Showbread)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히브리어로 히타(hittah) 로 불리는 이 밀은 구약 성서에서 바르 (창세기 41, 49), 다간 (dagan, 민수기 18, 27), 카마 (kamah), 그리고 아부르(avur), 오메르(omer), 게레쉬(geresh), 카르멜(carmel) 등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종(species)인 에메르는 기원전 7천 년 경부터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포함해 근동에서 자라고 있는 곡물입니다. 그런데 이 밀은 두룸 밀보다는 훨씬 더 열등한 곡물이어서 타작하기에 부적합했습니다. 그래서 이 밀은 히타 (hittah)와는 구분되었습니다. 이 밀은 성서에서 두룸 밀과 함께 세 번 정도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탈출기 9, 32, 이사야 28, 25, 에제키엘 4, 9).
2. 성경의 식물: 보리(Hordeum Vulgare, Barley)
히브리어로 셰오라(hr'[of. seorah)라고 불리는 보리는 삼십 번 이상 성서에 언급되고 있으며, 열세 번 이상이 밀과 함께 표현되고 있습니다. (성서를 언급할 것) 이 보리는 기원전 8천 년 경부터 경작되기 시작되었다고 추정하며 이스라엘 땅에서부터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특히 타보르 산의 보리는 보리의 어머니라고 불려질 정도로 널리 분포되어 있습니다. 비록 일곱 가지 소산물 중의 하나로 나오고 있지만, 요한 묵시록 6, 6에서 설명되고 있는 것처럼, 보리는 밀보다 훨씬 더 하급에 속하는 곡물이기도 합니다.
성서 시대에 보리는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기도 했으며(1열왕 5, 8), 밀보다는 절반의 가격으로 거래되었습니다 (2열왕 7, 1). 탈무드 트랙테이트 중 ‘샤밧 (shabbat)’ 에 의하면 보리는 “섭식하기에는 괜찮은” 그러나 밀만큼 충분히 좋은 음식은 아니다. “ 항아리 속의 보리가 떨어져 갈 때, 투쟁 또는 싸움이 바로 문 앞에 다다른다”라는 탈무드의 표현처럼 보리는 가뭄이나 흉년 등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서 최후로 섭식되었던 영양 공급원으로 쓰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가난한 자들의 빵의 원료(판관 7, 13)인 이 보리는 강우량이 극히 적은 지역인 건조한 산악 지대나 네게브 북쪽 지역에서 재배되었습니다. 밀과 비교를 해 볼 때, 보리는 밀보다는 글루우텐 함량이 훨씬 적어서 빵으로 만들었을 때 잘 부풀지 않고, 표면이 거칠고 딱딱해서 씹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소화도 잘 되지 않습니다. 탈무드 중 페렉 쉬랔(Perek Shirah)이라 불리는 기도문에 인용되고 있는 시편 148편에 언급된 창조물의 찬미 중 보리에 관한 비유가 있는 데, 이 보리는 “하느님께 탄원하고 있는 고통당하는 자”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보리는 낮은 계급의 보잘것없는 겸손하고 가난한 사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오메르 ((Omer: 너의 복을 세어 보아라)
레위기 23, 9-16에 보면 ‘오메르 봉헌 (the offering of the Omer)’이라고 불리는 과월절과 연관된 특별한 의식이 나옵니다. 오메르란 말의 뜻은 ‘측량하다’ 또는 ‘곡식 단, 곡식 한 묶음’을 의미합니다. 과월절 축일이 시작된 첫째 날부터 시작해서 50일이 지난 후 또 다른 축일이 시작되는 데 이 날을 펜타코스트 (penthkosth,, 그리스어로 50이란 뜻으로 쓰임) 라 부릅니다. 이 날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익은 ‘새로운 곡식’을 성소(후대에는 성전)에 가져와 하느님께서 추수기에 복을 내려주시도록 기도했습니다 (민수 28, 26; 레위 23, 15-6). 결국에 유다인들은 이 추수기 (the Feast of the Weeks)를 시나이 산에서 십계명을 받은 사건과 연관 지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두 사건은 모두 성서에 나오지만 추수절(shavuot)에 십계명을 받았다는 것은 탈출기19장을 기초로 한 라삐식 추론에 의거합니다(탈출 19, 1-이스라엘 백성이 에집트 땅을 나온 후 셋째 달, 바로 같은 날에 그들은 시나이 사막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그날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유다력에 의해 유다인들은 이 날을 추수절과 동일한 날로 지키며 ‘펜타코스트’는 “토라를 받은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후대에 이르러 ‘오메르를 바치는 날(the counting of the Omer)’은 ‘곡을 하는 예식’과 결합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비가 아주 소중한 까닭에, 대개 이스라엘 땅에 내리는 ‘늦은 비’와 관련을 짓기도 합니다. 밀 이삭이 영글어 가는 때는 ‘늦은 비(malqosh)’가 내리는 시기인 데, 이 ‘늦은 비’는 거센 바람을 동반한 장대비와 같아서 곡식들에게 많은 해를 입히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 50일간의 기간은 추수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으니 농부들은 마음을 조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므로 과월절의 보리와 추수절의 밀의 풍성한 수확의 몫은 ‘희생제, 감사제’라는 형식을 통해 야훼 하느님께 ‘되돌려 드리는’ 것입니다(레위 23, 10; 탈출 34, 22; 예레 5, 24). 보리가 과월절에 추수되고 밀이 추수절에 수확이 되므로, 보리 추수기에 밀 이삭이 영글어 가는 중요한 시기이며, 밀이 수확되는 추수절에는 여름 과일이 한창 익어가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 당시에는 성서 법에 의한 다음과 같은 엄격한 명령이 준수되었습니다-“밀이 받을 복을 위해 오메르(새 곡식)를 과월절에 바치고, 여름 과일에 내려질 하느님의 복을 위해 펜타코스트에 밀을 하느님께 바쳐라.” 예수님 당시에, 보리가 익어가는 것은 특정한 해의 달의 수를 결정짓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유다력은 음력이므로 농사를 짓기에는 적당했으나, 매해마다 축일을 같은 시기에 지키기 위해서 몇 년에 한 번씩 봄이 시작되는 시기에 한 달을 더 추가해야 했습니다. 현대에는 정기적으로 두 번째 아달월(Adar II)이라는 윤달을 미리 정해두고 있으나, 고대에는 산헤드린 공회의에서 사자들을(emissaries) 보리밭으로 보내어 보리 이삭이 어느 정도로 영글어 가는지 살펴보도록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보리 추수기 즉 과월절 시기를 정했다고 합니다. 보리가 익는 시기를 ‘아비브(아빕, Abib, 또는 Aviv)’ 라 부릅니다(탈출 13, 4-10; 23, 15; 34, 18)-현대어로는 ‘봄’이란 의미를 지님). 만일 보리가 다 영글지 않았으면 현자(Sage)들은 한 달을 더 추가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