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과 동박 박사들

동방 박사에 관한 이야기는 해마다 성탄이 되면 예수님 탄생의 신비를 묵상할 때 함께 등장합니다. 복음서에는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 탄생 축하 예물인 황금, 유향, 그리고 몰약을 바쳤다고 기록합니다. 이들이 과연 누구일까 궁금한데요. 이들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글의 순서



1. 들어가는 말: 동방 박사에 관한 질문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마태 2,2)”

몇 해 전 어느 날, 베들레헴의 탄생 성당에서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동굴을 방문하기 위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6 세기경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지어진 비잔틴 시대의 건축물로 오늘날까지 보존되어 남아 있는 유일한 성당임을 입증하듯이 오래된 대리석 기둥들과 높은 천장, 그리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말해주는 오래된 이콘들이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있었지요. 동굴에 들어가는 입구 쪽에서 보면 탄생에 관한 여러 이콘들이 유난히 눈에 뜨입니다. 탄생하신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앞에서 찬양하는 천사들, 아기 예수께 경배하며 선물을 드리는 동방 박사들, 그리고 성 요셉을 유혹하는 사탄의 음흉한 모습 또는 예수의 죽음을 암시하듯 무덤을 들고 옆에 서 있는 천사들 등등…. 그 이콘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갑자기 유럽에서 온 듯한 한 자매 순례자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성경에는 아기 예수께 경배한 동방 박사들이 몇 명이라고 되어 있지요?” 물론 그녀는 영어로 물었습니다. 순간 당황해서 복음서의 구절들을 연상하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가 “몇 명이라고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요?”라고 되물었지요. 저는 당연히 “No(언급이 없다)”라고 대답을 했지만 갑자기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녀는 나의 붉어진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저의 성경 지식이 탄로난 것 같은 느낌에, 그리고 다행히도 틀린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숨을 내쉬었습니다.

2. 동방 박사는 누구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도 당연히 동방 박사들은 세 사람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기 예수께 황금, 유향, 그리고 몰약 등 세 가지의 선물을 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거의 모든 이콘들은 동방 박사들을 세 사람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동방 박사들은 누구일까요? 정말로 동방 박사들 세 사람이 와서 아기 예수께 경배를 했을까요? 동방 교회의 전승에 의하면 동방 박사들은 4인 1조로 해서 12명이 아기 예수를 찾았다고 합니다.

역사가들에 의하면 동방 박사들의 조상은 메디아(Media) 사람으로서 고대의 이란 사람들의 지파 중의 하나였답니다(다니 6,1참조). 이들은 종교적인 임무를 수행하거나 제의에 관여를 했고, 고대 이란 사람들의 장례식을 거행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조로아스터교를 받아 들여 “주르바니즘 (Zurvanism)”을 발전시켰지만 (서기 226-650년), 10 세기 경에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동방 박사들이 메디아의 한 부족으로서 사제 계급에 해당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Herodotus’ Histories). 이들은 전통적으로 사제직에 종사하던 사회 계층이었지요. 그리고 이들은 고대 페르시아 제국 시대 (기원전 550년경)에 메디아가 통일이 될 때까지 사회에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답니다. 이들은 페르시아 제국이 끝날 때까지 영향권을 행사한 것처럼 보입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바빌론 임금 대신들의 이름을 열거하고 있는데 이들 중에 “네르갈 샤레자르(Nergal Sharezar)”가 동방 박사들의 우두머리였다고 합니다(예레 39,3; 39,13 참조).

몇몇 학자들은 다니엘 예언자도 동방 박사들의 우두머리 즉 서기관들의 선생(rabhartumaya [master of sacred scribes]) 이었다고 믿고 있습니다(다니 4,10; 5,11-12 참조). 동방 박사 자신들은 때가 이르면 (또는 차면) “별”을 통해 메시아의 탄생을 알게 될 것이고, 메시아의 욈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성취시킬 점성 술사의 비밀스러운 분파가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별을 연구하다가 큰 별의 움직임을 따라 유대아 땅까지 오게 된 것이지요.

3. 동방 박사들이 별을 따라 온 루트(길)

요르단 남쪽 지역에 에돔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벨론 제국이 유다 왕국을 점령했을 때에 에돔 지역도 멸망하고, 에돔 사람들은 유다 땅 남쪽으로 넘어와 살게 되었습니다(기원전 약 586년 이후). 그 공백 시기를 틈 타 무역을 관장하던 대상들이 에돔 지역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들이 바로 나바테아 사람들이었지요. 원래 아라비아 북쪽 지역에서 목축을 했었던 그들은 사막 대상 무역에 관여를 함과 동시에 대상들이 그들의 지역을 통과할 때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면서 일종의 대가(price)를 받습니다. 대상들은 아라비아에서부터 향신료와 향료를, 사해에서는 역청(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이지브에서 미라를 만드는데 이용됨)을, 중국과 인도에서는 비단과 향신료와 같은 사치스러운 고급 물자들을 실어 나르며 무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트랜스요르단(요르단 건너편, 현재 이스라엘 지역-남 아라비아 반도와 남 에돔 지역, 그리고 시리아와 아카바 만을 연결하는 루트)과 네겝(이스라엘 사막지역, 가자 지역과 로마로 가는 지중해로 가는 길)을 장악하면서 그들의 세력을 넓혀갔습니다. 특히 아레타스 4세(Aretas IV, 기원전 9년-기원후 40년) 때에 그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그때 이들의 영역은 북 아라비아, 시나이 반도와 이스라엘의 네겝 사막 지역과 에돔, 그리고 요르단의 와디 시란 지역 더 멀리 나아가 시리아 남쪽 지역까지였습니다(2 코린토 11,32-33 참조).

향신료와 향료 무역의 기원을 살펴보면 먼저 아라비아 반도에서 시작합니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가 가장 많이 즐겨 사용한 향료가 아라비아에서 나오는 몰약(Myrrh)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이런 이유로 무역이 발달하게 된 것은 아라비아 반도의 서남쪽 끝에 자리한 예멘으로부터였다고 합니다. 유향과 몰약은 다른 향료보다 훨씬 더 비싸고 귀중한 품목이었답니다.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께 선물로 드리기 위해 가져왔던 황금, 유향, 그리고 몰약의 출처와 루트를 따라가 볼까요. 이들은 아마 현재 쿠웨이트가 있는 북쪽 페르시아만 또는 이란이 위치하고 있는 페르시아만 중간 지점의 어디즈음에서 별을 따라 여행을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라비아 반도를 횡단한 다음 페트라에서 숙박을 했을 것이지요. 향료와 향신료를 가지고 지중해로 가는 무역 대상들과 함께 이스라엘의 네겝 지역의 여러 오아시스 마을을 거쳐 그때 당시에 유명한 항구 도시였던 가자에 들러 유다 지역으로 오지 않았을까요?

사막을 여행해 본 이들은 아마 잘 이해가 될겁니다. 사막에서 여행자가 머물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이란 물이 있는 오아시스라는 것을…. 그래서 고대로부터 무역 대상들이 지나가다가 묵었던 숙소가 있는 곳들은 오아시스가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동방 박사들도 향료의 길 (The spicy routes)을 통해 별을 따라 귀한 선물들을 들고 머나먼 길을 여행했을 것입니다. 메시아가 탄생하는 날, 그날이 바로 그들의 임무를 완수하는 날이 될 것임을 알고, 어렵고 힘든 길이었지만 기쁨으로 찾아와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마태 2,2).”

“유다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의 주요 고을 가운데 결코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너에게서 통치자가 나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보살피리라(마태 2,6).”

4. 동방 박사의 예물

성경에서 유향과 몰약의 귀중함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마태 2,11; 마르 15,23; 요한 19, 39-40; 잠언 7,17; 솔로몬의 아가 1,13; 3,6; 4,6; 4,14; 5,1; 5,5; 5,13; 레위 2,1-2; 24,7; 1 역대 9,29; 느헤 13,5.9; 이사 60,6.). 이 귀한 향료들에 대해 알아볼까요.

1) 황금(Gold)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드린 예물 중 황금은 우리가 흔히 금속 제품인 금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데 사실 금도 역시 향료에 속한답니다.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그때 당시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다양한 향료들에 대한 표현을 두 가지의 사베안 용어 (Sabaean)로 했는데, 하나는 “금(gold)”이고, 또 하나는 “신성한 금 (divine gold)”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선물한 것은 “금”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또 다른 향료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마태오 복음서의 이 구절을 읽었던 고대의 독자들은 “금”이란 선물은 금처럼 값어치 있는 고귀한 향료로 생각했을 겁니다(마태 2,11).

2) 유향 (frankincense)

유향 나무와 나뭇 가지, 송진

유향은 달콤한 향기가 나는 고무 송진입니다. 이 송진들은 주로 아라비아에서 자라는 특이한 나무에서 채집되지요. 고무를 채집하듯이 보스웰리아(Boswllia) 종류의 나무껍질을 자르면 약 2-2.5 센티미터 정도 되는 눈물방울 모양의 하얀 액체가 나옵니다. 이 송진을 태우면 이국적인 향내가 난답니다. 그래서 고대에는 여러 신전들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이 유형을 태워 향을 피웠습니다. 예루살렘의 성전에서도 이 향을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3) 몰약 (Myrrh)

몰약은 작은 가시나무 종류인 코미포라 (Commiphora)에서 채집됩니다. 나무껍질을 깎아 내면 물론 많은 양이 흘러나오지만 자연적으로 액체가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이 나무들이 있는 정원을 걸으면 그 이국적인 향기에 취해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솟아난다고 합니다. 몰약의 기름으로 옷에 쓰는 향수로 상용하고 침실에 뿌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몰약은 로마 제국 시대의 부유한 여인들에게 가장 인기를 끌었던 향료였답니다. 그리고 몰약은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에 발라 장사하는 데에 사용되었습니다. 몰약에 와인을 섞어서 먹으면 통증을 없애는 아주 효과적인 마취제가 되기도 했어요. 우리는 요한복음 19장에서 십자가 상에서 고통받으시는 예수께 드렸던 신 포도주와 니코데모가 예수의 시신을 거두어 장례를 할 때 썼던 몰약과 다른 향료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몰약 나뭇 가지와 송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탄 때가 되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순례자들 또한 동방 박사들과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요! 아기 예수님를 뵙고 하느님을 찬미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까지 밤새도록 걸어가는 순례자들의 숙연한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조로아스터교 (Zoroastrianism)는 예언자 조로아스터의 가르침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종교이자 철학 사상이었습니다. 조로아스터는 “마즈다이즘(Mazdaism)”이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조로아스터가 숭배한 신의 이름이 바로 최고의 신적인 권위를 갖고 있었던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였기 때문입니다. 이 종교는 이란이 번영할 때 한때 지배적인 종교였고, 이란의 역사와 전통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기원후 7세기 중엽에 이슬람 제국에 의해 멸망하면서 이 종교는 차츰 쇠퇴하면서 오늘날에는 본토에만 2만 명 미만의 신자 만이 남아 있습니다. 현재는 인도에 가장 많은 신자가 분포해 있는데 약 7만 명 정도 됩니다. 이들의 종교적 중심부는 현재 중앙 이란에 위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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