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산띠아고 길 19: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 까스뜨로헤리스(21km/6시간)

부르고스(Burgos)를 지나 만나는 메세타의 심장부,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Hornillos del Camino)에서 까스뜨로헤리스(Castrojeriz)까지의 구간(약 21km)은 끝없는 대평원의 장엄함과 중세의 역사적 유적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 지역은 순례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라 할 수 있는데요. 이 구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산띠아고 순례길: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 까스뜨로헤리스

글의 순서



스페인의 산띠아고 길: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에서 까스뜨로헤리스까지

1. 엘 까미노 (El Camino)

열 여섯째 날은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에서 까스뜨로헤리스까지 걷는 순례입니다. 약 21km 정도의 여정은 고원의 오르막을 제외하면 그리 어려운 구간은 없습니다. 그러나 끝없는 황무지 구간을 걷다보면 고독감과 외로움이 쌓여 정신적으로 힘든 점도 있는데요. 특히 이 여정에서는 가운데 위치한 온따나스 이외에는 순례자를 위한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출발 전에 충분한 준비를 해야만 합니다.  열 여섯번째 여정은 까스띠아 메세타의 전형을 볼 수 있고, 특히 온따나스와 산 안똔의 허물어진 성벽을 지날 때면 시간 여행을 떠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일 수도 있지요. 또한 이 길에서 순례자는 번성했던 까스띠야 지방의 쇠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 까스뜨로헤리스 상세 구간 정보

열여섯 번째 날의 목적지인 까스뜨로헤리스에 도착하기 전 산 안똔 수도원을 지나게 되는데요. 고딕양식의 아케이드가 아름다운 이 수도원은 과거 ‘산 안똔의 불’이라고 불렸던 피부병을 치료하고 돌봐주었다고 합니다.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를 빠져 나와 농경지의 넓은 오르막길을 오르면 첫 번째 메세타가 나타납니다. 너덜지대처럼 돌이 많고 좌우로 펼쳐져 있는 돌판을 따라 약 한 시간 반 정도 길을 오르면 고원지대가 나타나는데요.  이곳에서 아로요 산 볼과 마을 어귀의 십자가상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입니다. 어쩐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1503년 아요로 산 볼은 주민들에 의해 마을이 버려졌다고 전해집니다. 기록상으로는 그 전인 1352년 나환자를 위한 병원이 이곳에 존재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살지 않는 수수께끼의 마을인 아로요 산 불에는 독특한 알베르게가 있는데요. 전등 화장실, 샤워 시설조차 없는 조그맣고 볼품없는 이 알베르게에는 너무나도 친절한 봉사자 때문에 유명해진 곳입니다. 이 알베르게에는 중세 순례자의 삶을 체험하고픈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힘든 일정에 숙소마저 편하지 않다면 앞으로의 일정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그리 추천할 만한 숙소는 아닙니다. 여기에서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잠시 지나치며 구경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마을로 들어서기 전 순례자는 산 볼 계곡을 지나는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요. 온따나스로 향하기 위해서는 오르막길을 지나 고속도로를 주의해서 건너야 합니다. 바위 위로 나있는 길을 지나 한 시간 정도 걸으면 언덕의 정상에 다다르게 되고 멀리 온따나스가 보입니다. 힘든 언덕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메세타를 이기기 위해서 체력 배분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언덕을 내려와 마을로 들어서면 마을 입구에 시원하고 깨끗한 샘물이 나옵니다. 또한 주위에 소박한 바와 관광객을 위한 안내소가 보이며 이 길은 마을의 끝으로 이어집니다. 

온따나스는 순례자들에게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을로 두 개의 편안한 알베르게가 있습니다. 온따나스에서 까스뜨로헤리스까지 10km의 구간은 자전거 순례자들과 도보 순례자들의 선택지가 갈라지는 곳인데요. 자전거 순례자들은 편안한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으며, 도보 순례자들은 도로를 넘어 도로와 나란히 지나가는 완만한 언덕길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적한 좁은 길을 따라 까미노를 걷다 보면 산 빈센떼 수도원의 폐허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3~4km 정도 지나다 보면 14세기의 아름다운 산 안똔 수도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산 안똔 수도원 건물과 성당 건물을 아름다운 고딕양식의 아치가 좌우로 연결하고 있는데요. 과거 이 아치는 수도원의 문 구실을 했으며 밤에 이곳에 도착하거나 문밖에서 밤을 지새는 순례자를 위해 아치의 왼쪽 선반에 음식을 놓아두었다고 합니다. 산 안똔 수도원을 만든 성 안토니오파의 수도회는 1095년 프랑스에서 설립되었는데요. 특히 이 수도회는 하느님과 우주에 관한 독창적인 믿음과 순례자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유럽의 대 재앙이었던 ‘산 안똔의 불’이라는 병을 치료하는 능력 덕택에 유럽 전체에에 약 400개의 병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어떤 순례자의 노력 덕분에 이 수도원에서는 2002년부터 알베르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산 안똔 수도원에서 까미노의 상징적인 마을인 까스뜨로헤리스에 이르는 길은 평탄한 자동차 도로를 따라가야만 합니다. 길을 지나는 자동차들은 도보 순례자들에게 엄청난 소음을 주고 위협합니다. 덧붙여 자전거 순례자는 도보 순례자를 빠르게 지나치면서 올라!를 외쳐댑니다. 그러다보면 멀리 지평선 끝에 언덕 위 까스뜨로헤리스의 성이 보이는데요. 까스뜨로헤리스로 향하는 마지막 구간은 특별히 지루합니다. 마을에 들어서고도 알베르게로 가기 위해서는 다소 가파른 언덕에 길쭉하게 자리잡고 있는 마을의 거의 끝부분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2. 아로요 산 볼 (Arroyo San Bol)

아로요 산 볼(해발 825m)은 아로요(Arroyo; 시내)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로 수수께끼가 가득한 마을입니다. 옛날 이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을을 떠났다고 하는데요. 전염병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주민 대부분이 유다인들이었던 곳이라서 유다인 추방 이후 남은 주민이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현재 아로요 산 볼에는 산 바우디요 수도원의 오래된 흔적이 남아 있으며 순례자를 위한 숙소가 한 곳이 있습니다. 다른 곳과 같은 현대식 서비스는 적지만 호스피탈로가 너무나 친절하게 순례자들을 대접해 줍니다. 그래서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잡아서 하늘에 떠있는 별빛을 바라보며 멀리있는 산띠아고 성인에 대한 기도를 올리곤 합니다. 그렇지만 이 순례자 숙소는 10여명이 머물기에도 벅찰 정도로 조그맣고 편의 시설이 전무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하루밤을 지낼 것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됩니다. 하룻밤의 영적인 순례도 나쁘지 않으나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다음 여정을 시작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습니다. 산띠아고 데 꼼포스뗄라까지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죠. 순례자 숙소의 두에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중간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조그마한 돌집이 있습니다. 이것이 용도에 쓰이는 지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순례자만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오로요 산 볼

3. 온따나스 (Hontanas)

온따나스(해발 867m)는 밀밭에 둘러싸인 중세풍의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또한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에게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해 줍니다. 초록색 들판을 더욱 푸르게 해주는 샘이 도처에 많은데요. 여기에서 마을의 이름 온따나스(Hontanas: 샘)가 유래했습니다. 온따나스는 석회암으로 지은 전통적인 건물과 벽돌을 넣어 지는 목재 건물 사이로 까미노가 이어집니다. 전통적이면서도 다양한 시대의 건축물 흔적이 남아 있어서 풍성한 역사를 느껴보기에 좋습니다. 8월 16일은 성 로께의 축일입니다. 오후가 되면 마을의 남자들이 모여 큰 모닥불을 피우며 모닥불 근처에는 모든 망 사람들이 모여서 축일을 기념합니다.

온따나스의 풍경들

1) 까미노 스토리 (Camino Story)

i) 산 안똔의 불

중세에 순례자들은 ‘산 안똔의 불’이라는 병으로 고생했습니다. 산 안똔 병원은 오래 전부터 안또니오회 수사들이 운영하면서 ‘산 안똔의 불’에 걸린 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곳이었는데요. ‘ 산 안똔의 불’은 몸속에 불이 나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지고 손발의 끝이 썩어 들어가는 병이라고 전해집니다. 산 안똔 수도회는 이 병자들에게 모포를 제공하고 환자들을 극진히 돌보았습니다. 병에 걸리지 않은 나머지 순례자들에게도 따뜻한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였다고 합니다. 병자들을 간호하는 수사들은 자신들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나무로 많은 타우 십자가를 지니고 다녔습니다. 수사들은 환자들이 병이 심한 경우 사지 절단 수술을 하도록 훈련을 받았으며 병이 나은 환자들은 나무나 밀랍으로 완치된 사지를 만들어서 수도원에 이를 헌납했습니다. 수사들은 환자의 절단한 사지를 수도원에 전시했다고 합니다. 

현대에 들어와서 ‘산 안똔의 불’이 라이보리에 기생하는 곰팡이 균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 밝혀졌는데요. 북부 유럽에서의 주식이 라이보리였기 때문에 이 병이 널리 퍼진 것인데 병자들은 스페인을 순례하면서 라이보리를 거의 먹지 못해 자연스레 증상이 완화되곤 했답니다. 산띠아고에 도착할 즈음이면 완치가 되었기 때문은 사람들은 사도 야고보와 안토니오회 수사들의 도움으로 ‘산 안똔의 불’이 낫는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2) 까미노 포인트 (Camino Point)

i) 산 비센떼 성당 (Ermita de San Vincente)

까스뜨로헤리스로 향하는 언덕 기슭 까미노의 오른쪽으로 서있는 건축물로 현재는 모퉁이의 벽체만 남은 뉴적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ii) 산 안똔 아치 (Arco de San Anton)

까스뜨로헤리스를 향해 가는 까미노에 산 안똔 수도회의 오래된 병원과 수도원 건물의 폐허가 남아있습니다. 현재는 13~14세기에 만들어진 이 건물들의 일부가 보존되어 있으며 이 중 첨두아치형 문과 순례자가 밑으로 지나가도록 되어 있는 아치가 돋보입니다.

4. 까스뜨로헤리스 (Castrojeriz)

까스뜨로헤리스(해발 808m)는 메세타 위의 언덕에 자리 잡은 도시인데요. 중세 성곽의 흔적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도시의 형태는 산띠아고 길을 따라서 길게 뻗어있습니다. 많이 남아 있지는 않은 성벽 안에는 오래된 유적과 수도원, 성당, 병원, 저택 등이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순례자를 위한 편의 시설도 잘 갖춰져 있는데요. 까스뜨로헤리스는 오늘날까지 중세와 흡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어서 성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마을입니다.

까스뜨로헤리스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는 물, 소금, 올리브유만 가지고 화덕에 구운 새끼 양 요리를 즐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까스뜨로헤리스 근교의 바윤께라에는 12세기 후반의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이 있는데요. 아름다운 주두와 창문 장식, 현관 등이 남아 있습니다. 또한 아스뚜디요(Astudillo)로 가는 방향으로 약 2km를 걸으면 이네스뜨로사(Hinestrosa)라는 마을이 있으며,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 양식 성당에는 성 또르꾸아또에게 바친 아름다운 봉헌화가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봉헌화는 르네상스 양식에 바로크의 흔적도 조금 보입니다. 남쪽으로 약 12km 떨어진 마을인 발보니야(Valbonilla)에는 산 후안 성당이 14세기의 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궁륭으로 덮여있습니다.

까스뜨로헤리스의 풍경들

1) 까미노 스토리 (Camino Story)

i) 석공의 수호자, 만사노의 성모

전설에 따르면 산띠아고 성인이 백마를 타고 까스뜨로헤리스 성에서 나와 길을 가던 중, 사과나무 옆을 지나가다가 나무 둥치의 구멍에서 성모상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후에 이 성모상을 까스뜨로헤리스 입구의 만사노 부속 성당에 모셨는데요. 이 성모상은 현명왕 알폰소 10세가 지은 ‘산따 마리아의 노래(Cantigas de Santa Maria)’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만사노 부속 성당을 짓는 공사를 하던 중에 석공이 추락하고 돌과 대들보가 떨어지는 등 여러 사고가 생겼는데요. 그때마다 성모님이 나타나 이들을 구해주었다고 합니다.

2) 까미노 포인트 (Camino Point)

i) 산따 마리아 델 만사노 부속 성당 (Colegiata de Santa Maria del Manzano)

산따 마리아 델 만사노 부속 성당은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만들어진 건축물입니다. 이 성당에는 13세기의 현관, 15세기의 유리 세공품, 13세기의 돌로 만든 채색 성모상 등이 남아 있습니다. 

ii) 산또 도밍고 교구 성당 (Iglesia Parroquial de Santo Domingo)

산또 도밍고 교구 성당은 13세기부터의 금은, 상아 세공품과 회화, 조각 작품 그리고 16세기의 아름다운 태피스트리를 감상할 수 있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iii) 산 후안 성당 (Iglesia de San Juan)

 산 후안 성당은 13세기의 고딕 성당 건물인데요. 회장은 15세기 양식을 띄고 있습니다. 부벽을 두 겹으로 세운 독특한 건축법은 성당보다는 성처럼 보이기조차 합니다. 1990년 스페인 문화 자산으로 선정되었습니다. 

iv) 성 (Castillo)

성벽과 마찬가지로 로마인들이 건축한 성벽 위에 추가로 성을 올렸으며 스페인의 중요한 중세 유적 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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