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인의 결혼 풍습

유다인의 결혼 풍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유다인들의 독특한 정서와 전통을 그대로 반영하는 축제의 진수는 바로 결혼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유다인들의 결혼 풍습과 사상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란 뮤지컬 영화는 러시아에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났던 격동기에 우크라이나에서 살았던 유다인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 데,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주인공인 테비에의 큰 딸인 짜이텔의 결혼식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씩 키부츠 또는 호텔을 방문하면 한 무리의 종교인 또는 세속 유다인들이 모여서 신나게 춤을 추면서 노래를 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그러면 절로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틈에 들어가 같이 흥겹게 춤추고 싶어 진답니다. 대개 유다인들의 성인식, 아니면 결혼식이 거행되는 거룩하지만 즐거운 축제이므로 웃음으로 인사하고 “마잘 토브(축하한다는 의미)”이란 말을 건네면 낯선 동양인의 인사를 받는 것이 신기한 듯 즐거워하고 행복해합니다.

영화 '지붕위의 바이올린'에서 결혼식 장면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서의 유다인 결혼 장면)

글의 순서



1. 유다인들이 생각하는 결혼의 의미

사실 유다인들에게 있어서 결혼은 죽고 사는 것만큼 중요하고 거룩한 행위입니다. 실제 결혼식은 너무도 거룩해서 “키두쉰 (Kiddushin, Sanctification)”이라 부르고, 조하르 (the Zohar)는 결혼이 세상을 창조하신 것을 지속하는 방법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결혼식에 관한 비유의 예를 많이 사용합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과 안식일은 아름다운 신부처럼 맞아 들여지며, 하느님과 유다 민족 간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서약으로 혼인관계로 묘사되어 왔습니다. 결혼식에서 신랑과 신부는 새 가정이라는 창세기 아담과 이브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분의 첫 기적을 결혼 잔치에서 행하셨던 것도 바로 이런 의미가 아닐까요! (요한 2, 1-12) 또한 예수님의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 비유 (마태 25, 1-13),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에 대한 비유 (루카 14, 20), 그리고 사두가이파와의 부활에 대한 토론에서 장가, 시집가는 일에 대한 언급 (루카 20, 27-40) 등이 있습니다.

2. 유다인의 결혼 제도의 역사와 의의

유다인들은 결혼의 그 거룩함을 법적인 제도를 통해서도 나타내고 있는 데, 그 기원은 3000년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유다 율법은 결혼식에 관한 법제를 아주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유다인들은 남성이 결혼할 수 없는 대상을 규정을 하고 있는 데, 그 대상은 어머니, 할머니, 손녀, 누이, 이복누이, 고모/이모, 조카, 장모, 새어머니, 며느리, 그리고 종교적 이혼을 하지 않은 어떤 결혼한 여성입니다(레위기 20, 11-21 참고).

전통적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는 데, 하나는 친척이나 이해 관계자가 두 명의 남자 증인 앞에서, 남자는 여자에게 무언가 가치 있는 물건을 주고 결혼 서약을 암송합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이해관계가 없는 증인 두 명을 대동하고 결혼 서약서 (케투바, ketubah)에 서명하거나, 두 명의 증인이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겠다는 뜻으로 동침하려고 둘 만이 방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세 가지 방법은 현대의 결혼식으로 합쳐지고,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던 유다인들이 다른 문화적 요소를 가미하여 오늘날 다양한 방식의 결혼이 있지만 몇 가지 고유한 상징과 의식은 공통으로 거행되고 있습니다.

3. 유다인의 결혼 진행 과정과 상징 의미들

결혼식 전 안식일에 예비 신랑은 회당에서 토라를 낭송하고, 사람들은 사탕과 같은 달콤한 맛을 지닌 것들을 신랑에게 던지며 축복을 해 줍니다. 신부가 될 여자는 결혼식 전 날에 정결 예식을 위해 미크베 (mikveh)를 다녀옵니다. 결혼식 택일은 안식일에 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유다인들의 명절에도 치러지지 않습니다. 물론 단식일과 애도 일에도 하길 원치 않을 것이며, 여성의 생리주기 동안 날짜가 잡히지 않도록 합니다.

결혼식 때의 신랑의 복장은 키텔 (kittel)이라 부르는 흰 겉 옷을 입습니다. 이는 자신의 결혼식과 과월절 세데르, 욤 키푸르, 그리고 자신의 장례식에서만 입는 옷입니다. 대부분의 결혼식은 8가지의 기본적인 상징과 의식으로 이어집니다. 혼례 차양 (혹은 후파, chuppah), 와인, 반지, 일곱 가지 축복, 유리잔 깨기, 결혼 서약서 (케투바), 그리고 베데킨과 이후드 (신혼부부가 예식 후 몇 분간 시간을 보낼 때)입니다.

혼례 차양 (후파)은 어디에나 세워질 수 있지만 전통적으로는 실외를 선호합니다. 이는 새로운 가정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상징이며, 고대 히브리 인들에 사용된 초막을 상징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많은 이들은 탈릿 (tallit, 유다인들이 기도할 때 덧쓰는 망또)을 사용하여 신랑, 신부의 친구들이 네 개의 봉을 잡아 서로 연결하여 후파 (차양)을 만들기도 합니다. 신랑, 신부가 후파 아래 서자마자 신부가 신랑 주위를 세 번 혹은 일곱 번을 돕니다(이는 관습일 뿐 율법은 아니다). 이는 미신이 성행하던 시대에 생긴 풍습으로 악령으로부터 마술 방패를 만들어 준다는 뜻을 담고 있지요. 혹은 어쩌면 두 사람을 함께 묶는 상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많은 유다인들은 이것이 여자가 남자에게 굴종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하여 이 풍습을 완전히 생략하기도 합니다. 거의 모든 유다인들의 축제에 축복의 순간에 와인이 등장하는 데, 결혼식에도 ‘후파’ 밑에서 축복과 한두 잔의 와인을 마시는 것이 포함됩니다.

아마도 가장 장 알려진 유다인의 의식은 결혼식의 마지막에 유리잔을 밟는 풍습일 것입니다. 이 의식에 관한 의미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전통주의자들은 깨진 유리 조각이 예루살렘에 있었던 성전 파괴를 상징한다고 말합니다. 한편 유리잔을 깨는 것은 최상의 기쁨의 순간에서마저 깨어짐과 상실 또한 인생 경험의 중요한 일부라는 것을 기억하게 하는 의미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깨진 조각들은 새로운 가능성으로의 길을 열기 위해 털어버려야 할 지난 것들은 상징할 수도 있으며, 유리가 깨질 때 나는 소음이 악령을 내쫓는다고도 하고, 심지어는 성관계를 맺을 때를 상징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유리잔이 부서지자마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즐겁게 탄성을 지르며 “마잘 토브”라고 소리치면서 결혼식은 그 절정에 이릅니다.

결혼식에서 컵을 밟는 장면

(컵을 밟아 부수는 신랑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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