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인을 상징하는 표시나 문양들은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메노라와 메주자는 이들을 상징을 하는 대표적인 것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메노라와 메주자가 무엇이면서 그들 신앙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글의 순서
1. 메노라(Menorah)
예루살렘의 구도시에 유다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지역에서 성전산과 통곡의 벽을 가까이 조망할 수 있는 장소로 내려가다 보면 아주 커다란 도금을 한 일곱 가지의 촛대가 상자안에 진열되어 있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단에 씌여있는 설명을 보면 제2성전 시대에 성전에 놓여 있었던 촛대와 같은 크기의 모형이라고 합니다. 성전에 대한 탈무드의 묘사에 따라 똑같이 만들어 놓은 것이죠.
메노라(Menorah, 히: מנורה)는 히브리어로 ‘촛대(성경 시대에는 등잔대이었다)’를 의미 합니다. 특히 가지가 일곱개인 촛대를 의미 합니다. 아마도 이것은 유다인의 가장 오래된 상징물의 하나이며, 모세가 호렙산(시나이 산)에서 본 떨기나무 불꽃을 상징한다고 합니다(탈출 3장).
현재 이스라엘 국가의 공식적 마크에서는 언제나 올리브 나뭇가지가 양 옆을 감싸고 있는 모양을 한 메노라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메노라는 이스라엘의 동전에도 새겨져 있는데, ‘쉐켈(1세켈 당 약 300원 정도)’보다 작은 단위인 10 아고롯(100 아고롯이 1쉐켈이다)에 메노라가 그려져 있습니다.
유다인의 상징물인 메노라는 공공기관을 비롯해 유대교인들의 기도 장소인 회당(시나고그), 그리고 예루살렘 구 도시(Old City)안의 유다인 지역 등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으며, 또한 이러한 종교적 장소뿐 만 아니라 예루살렘 신 시가지(New City)에 위치하고 있는 상점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보통 다른 기념품들과 함께 안식일에 쓰이는 안식일 촛대, 가지가 일곱 개인 메노라, 그리고 *하누카 때 쓰는 하누키야(하누카 촛대)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회당의 메노라
“너는 또 순금 등잔대를 만들어라. 등잔대의 밑받침과 가지는 망치로 두드려 만들고, 잔과 꽃받침과 꽃잎은 등잔대와 한 덩어리가 되어야 한다. 등잔대 양쪽에 가지 여섯 개가 나오게 하는데, 한쪽에 등잔대 가지 세 개, 다른 쪽에 등잔대 가지 세 개가 뻗어 나오게 하여라. 가지 하나에 꽃받침과 꽃잎을 갖춘 편도 꽃 모양의 잔 세 개, 또 다른 가지에 꽃 받침과 꽃잎을 갖춘 편도 꽃 모양의 잔 세 개를 만들어라. 등잔대에서 뻗어 나온 가지 여섯 개를 모두 이처럼 만들어라. 등잔대 원대에는 꽃받침과 꽃잎을 갖춘 편도 꼿 모양의 잔 네 개를 만들어라. 등잔대에서 양쪽으로 뻗어 나온 가지 둘 바로 밑에 꽃받침 하나, 그 다음에 양쪽으로 뻗어 나온 가지 둘 바로 밑에 꽃받침 하나를 만들어라. 등잔대에서 뻗어 나온 가지 여섯 개를 모두 이처럼 만들어라. 꽃받침가 가지들을 등잔대와 한 덩어리가 되게 하고, 순금을 두드려 모두 하나로 만들어라. 그리고 등잔 일곱 개를 만들어 앞쪽을 밝게 비추도록 등잔대 위에 올려놓아라. 불똥 가위와 불똥 접시도 순금으로 만들어라. 등잔대와 이 모든 기물들을 순금 한 탤런트로 만들어라. 자, 내가 이 산에서 너에게 보여 준 모형대로 만들어라.”(탈출 25, 31-40)
메노라는 탈출기 25장 31절부터 40절에 언급되는데 (성경에는 ‘등잔대’로 표현됨), 성소를 만들 당시 메노라 제작법에 대한 하느님의 명령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성경의 기록에 의하면 당시의 메노라는 가지가 여섯 개이었으며, 금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약 3천년 전인 솔로몬 시대에는 성전 안의 소 앞 좌우로 다섯 개씩 금으로 만든 메노라(등잔대)가 사용되었습니다. 솔로몬이 만든 성전이 기원전 586년에 바빌론의 네부카드네자르 왕에 의해 파괴되었고, 그 후 약 70년 후에 2차 성전이 세워짐과 동시에 메노라도 다시 제작되었는데요. 이때 제작된 메노라는 금으로 만들어졌으며, 오늘날과 같이 일곱 개의 가지가 있는 형태였습니다. 일곱(7)이라는 숫자는 고대 히브리 사람들에게는 신성한 숫자였습니다. 이 숫자는 성경에서 완전, 충만, 풍부, 완성 등을 의미합니다.
기원후 70년 성전이 파괴되기 전까지 메노라는 성전 의식에 쓰이는 중요한 도구 중 하나였습니다. 사제가 매일 저녁 지성소에 이 메노라를 켜고(올리브 기름 이용), 아침이 되면 그것을 깨끗이 청소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성전이 파괴됨과 동시에 이러한 의식은 사라졌지만, 메노라는 여전히 유다인들의 중요한 상징물 중의 하나입니다.
오늘날 회당에 가면 네르 타미드라 부르는 램프대(lamp stand)가 있는데, 이것은 메노라를 상징한다, 성전에 있던 신성한 메노라와 같은 모양인 가지가 일곱 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촛대의 숫자를 더 적거나 많게 하여 사용하기도 하는 회당도 있습니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이어온 메노라는 유다인들의 삶과 정신에 깊게 뿌리내려 있으며, 하느님께로부터 나오는 진리의 빛을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2. 메주자(Mezuzah)
이스라엘의 유다인 지역 호텔이나 가정집, 또는 공공 건물 등 어느 건물을 들어 갈 때도 현관이나 문 입구에 붙어 있는 작은 직사각형의 상자를 볼 수 있습니다. 유다인들은 건물을 드나들 때 마다 기도를 하며 그것에 키스를 합니다. 마치 가톨릭 교우들이 십자가에 친구하는 것처럼…
히브리어로 “문설주 (doorpost)”라는 의미를 지닌 이 물건을 메주자(Mezuzah; 히: מזוזה)라고 부릅니다. 다양한 장식으로 이뤄진 상자 안에 작은 *양피지 조각에 히브리어로 신명기 6장 4-9절과 11장 13-21절의 말씀을 기록하여 두루마리처럼 말은 것을 넣습니다. 그리고 이 케이스를 문설주 오른쪽에 붙여 놓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이들이 신명기 6장 9절과 11장 20절의 말씀에 기록된 것과 같이 하느님께서 명령하시는 이 말씀을 “너희 집 문설주와 대문에도 써 놓아라”라는 계명을 지키기 위함 입니다. 유다인들은 이러한 메주자를 바깥 문설주 외에도 모든 방(화장실과 다른 용도의 작은 방은 제외)의 문 옆에도 붙입니다.
기록된 양피지 메주자의 뒷면에는 히브리어로 “샤다이 (Shaddai; שדי)”라고 기록 되어 있습니다. 이는 “전능자”라는 의미의 하느님을 부르는 이름 중에 하나이지요. 또한 이것은 “쇼메르 데레톳 이스라엘 (guardian of the doorways of Israel)”의 약어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는 히브리어로 “이스라엘의 문을 지키시는 분”이란 뜻입니다. 다양하게 장식된 메주자의 케이스에는 히브리어 문자 ש (Shin)이 장식되어 있는데, 이것 또한 “샤다이”를 뜻합니다.
유다인 전통에 의하면 메주자는 문의 오른쪽 (들어가는 방향으로) 문설주의 위에서 1/3 높이에 붙이도록 되어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메주자의 위쪽이 집 또는 방 쪽으로 기울어져서 붙여있는 것을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이러한 전통은 *아쉬케나지 유다인들의 전통이며, 대부분의 *스파라디 유다인들은 중세의 유명한 라삐들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하느님과 토라가 방으로 들어온다는 상징으로 세로로 부착합니다.
메주자는 비단 개인 집뿐만 아니라 유다인들이 드나드는 공공 건물인 관공서, 호텔, 학교 레스토랑 등등 이스라엘의 거의 대부분의 건물 입구 문설주에 붙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교적이며 전통적인 유다인들은 모든 문을 드나들 때마다 손으로 메주자를 만지고, 그 만진 손을 다시 자신의 입에다 갖다 대는 방식으로 메주자에 키스합니다. 이는 하느님을 경외하고 사랑하는 것을 표현함과 동시에 전통(하느님의 법)을 되새기고 자신에게 담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메주자는 성경 말씀을 바탕으로 만들어 진 것이며, 유다인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고 기억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이것은 역사를 통해 변화하고 발전을 통해 현재와 같은 형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현재 메주자는 다양한 재료와 모양으로 싼 가격의 메주자부터 고가의 메주자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신명기 6,4-9: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너희는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이 말을 너희 자녀에게 거듭 들려주고 일러 주어라. 또한 이 말을 너희 손에 표징으로 묶고 이마에 표지로 붙여라. 그리고 너희 집 문설주와 대문에도 써 놓아라(신명 6,4-9).”
*양피지: 지워지지 않는 잉크와 특수한 펜으로, 몇 년 동안 특별히 훈련 받은 서기관들이 성경 말씀을 기록합니다.
*아쉬케나지(Ashkenazi): 히브리어로 ‘독일’이라는 뜻의 ’Ashkenaz’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복수형은 Ashkenazim입니다. 라인란트 유역 및 인접한 프랑스 지역에 살다가 십자군 전쟁 (11-13세기)이 끝난 뒤 슬라브 지역(폴란드, 리투아니아, 러시아)으로 이주한 유다인을 통틀아 일컫는 말 입니다.
*세파르디(Sephardi): 히브리어로 ‘스페인’이라는 뜻의 Sefarad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복수형은 Sephardim입니다. 중세시대부터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살다가 15세기 후반 집단 추방된 유다인 및 그들의 후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