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유다인들은 축제의 민족이라 할 수 있습니다. 1년 사이클이 축제로 시작해 축제로 끝난다고 할 수 있는데요. 가장 기본적인 축제인 안식일부터 푸림, 과월절, 주간절, 새해, 대속죄일, 초막절과 성전 봉헌 축일이 있습니다. 먼저 이스라엘 축제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의 순서
1. 이스라엘 축제의 특징
매해 9월은 이스라엘의 덥고, 메마른 여름의 끝자락이 보이는 달입니다. 구름 한 점 없었던 한 여름의 푸른 하늘에도 간간히 구름이 보이고, 한낮의 바람도 제법 시원하게 불어옵니다. 우리나라의 가을에는 비교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약간의 잿빛 날씨에 고국의 곱고 아름다운 가을을 그려보곤 합니다. 아무튼 소리 없이 찾아와 주는 9월이 왜 그렇게 고마운지…. 이는 비단 나의 마음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비를 기다리며 그리고 명절들을 끼고 있는 휴가철을 기다리는 이스라엘 사람들도 마찬가지죠. 왜냐하면 9월 말부터 10월 중순 이후까지 이스라엘의 중요한 네 개의 명절들이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축제를 준비하기에 바쁩니다. 유다인들의 새해인 로쉬 하샤나이고, 그 후로부터 10일 후에는 대속죄일인 욤 키푸르이고, 닷새 후인 후에는 수콧(초막절), 그리고 심핫 토라(Simhat Torah, 토라 읽기가 끝나고 새로 시작되는 것을 기념)가 있으니 그야말로 축제의 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레위기 23장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명령하신 주요한 축일들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안식일을 비롯해 이집트 탈출과 농경 생활(추수)과 관련된 세 개의 축일들이 있는 데 과월절(Passover), 주간절(Shavuot, Pentecost), 그리고 초막절(Tabernacle, Sukkoth)입니다. 그리고 농경 생활과는 연관이 없는 새해(Rosh Hashanah)와 대 속죄일(Yom Kippur)이 있다. 그리고 오세 오경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에스테르에서 시작된 푸림절이 있고, 후대 마카베오서에서 나온 성전 봉헌 축일(하누카)이 있습니다. 이 축일들이 지켜지는 시기를 볼까요. 모세 오경에 나타난 성경 달력과 라삐들이 이해한 달력은 계산상 차이를 보입니다.
성경 달력과 라삐의 달력은 음력을 사용하므로 우리나라처럼 윤달이라고 볼 수 있는 아다르(Adar)월을 3년마다 두 번을 넣어 날짜를 맞춥니다. 그래서 이들 달력을 태양력으로 계산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으나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략 매달을 추정해 보았습니다. 성경은 대부붐ㄴ의 달에 관한 이름을 언급하고 있지 않고 주로 숫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성경의 숫자에서 “티스레이(Tisrei)”는 7월에 속합니다. 각 달에 대한 이름을 적용하기 시작한 바빌론 포로기였습니다(기원전 586~540년 경). 그리고 유다인들의 귀환 후에도 계속 사용하였으며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쳤습니다. 첫째로 단지 숫자만을 언급해 달 수를 표현하다가, 바빌론 포로 이후에 숫자로 사용하는 횟수가 줄어 들고 달의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후에 티스레이를 첫번째 달로 사용했습니다. 성경은 새해를 티스레이 1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성경 달력에 나타난 이스라엘 축제들의 분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축제들이 봄과 가을에 집중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레위기 23장 참조). 니산월에 과월절이 있고, 시반월에 샤브옷이 있습니다. 그리고 건기인 여름에 속하는 타무즈, 아브, 그리고 엘룰월에는 하나도 없다가 티스레이 월에 새해, 대 속죄일 그리고 초막절과 심핫 토라가 함께 몰려 있습니다.
2. 이스라엘 축제일이 봄과 가을에 몰려 있는 이유
1) 라삐들의 해석
이런 이유들이 무엇일까요? 이런 궁금증들을 유다인들도 갖고 있었나 봅니다. 이런 물음에 답변을 위한 라삐들의 해석이 흥미롭습니다. 미드라쉬에서 나타난 그들의 재치와 유머에 웃음을 짓게 되니… 시반월의 주간절(샤브옷)은 밀을 추수하고 나서 감사를 드리는 축제이며 또한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십계명을 받은 날입니다. 모세는 주님의 명령에 따라 산으로 올라가 사십일을 머무르며 여러 명령들을 받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매 달에 축제일을 주어 쉴 수 있도록 하시려고 계획을 하고 계셨습니다. 니산월에 과월절을, 그다음 달인 이야르 월에 제2 과월절을 주시고, 그리고 다음 달인 시반월에 샤브옷을 주시고 난 후 또 다음 달의 축일을 주시려는 때였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가 돌아오지 않자 참지 못하고 아론을 찾아 갑니다. 그리고 금 송아지를 만듭니다(탈출기 24,12절-32장 참조). 이를 보시고 분노하신 주님께서는 타무즈, 아브, 그리고 엘룰 (거의 3개월 동안) 월에는 더 이상 휴일을 제정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다가 티스레이 월에 하느님께서 마음을 바꾸시어 타무즈월에 해당하는 새해를 주시고, 아브월에 해당하는 대 속죄일을 주시고, 엘룰월에 해당하는 초막절을 주시고, 그리고 티스레이월에 해당하는 슈미 아쩨렛(심핫 토라)를 한꺼번에 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티스레이월에 네 개의 축제들이 몰려 있다는 것입니다. 수업 시간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필자는 폭소를 금치 못했었지만, 한편으로는 연민과 사랑이 많으시고 마음이 착하신 하느님의 사랑을 찡하게 느껴 가슴이 뭉클해졌던 일이 생각 납니다. 어쩌면 참으로 해학적인 해석법이 아닌지….
2) 축제와 기후
이렇게 축제일들이 몰려 있는 이유는 사실 이스라엘의 기후와 지리, 지형적 여건과 관계가 밀접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순례해 본 사람이라면 언뜻 이해가 가는 말이지요. 건기인 여름에 하는 것과 우기인 겨울에 여행을 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여름에 온 사람들은 이스라엘은 덥고 메마른 거친 사막 그대로다 라고 표현하고, 우기에 온 사람들은 이스라엘은 정말 살기 좋은 푸르는 나라라고 말합니다. 이스라엘의 축제일이 몰려 있는 9월 중순 이후에서 10월 중순은 건기의 끝을 알리는 시기입니다. 심핫 토라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됩니다. 만일 비가 오게 되면 이스라엘 산악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걸어서 여행을 한다는 것은 가끔씩 목숨을 걸어야 하거나 아니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의 우기는 다른 지역과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지요. 지형의 편차와 기폭이 심할 뿐만 아니라 한번 비가 내리면 아주 강한 바람을 동반한 폭풍우가 쏟아집니다. 그리고 자칫하면 순식간에 형성된 계절천(와디)이 불어나 물에 휩쓸려가 변을 당하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도 우기가 되면 심심치 않게 급히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생명을 잃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를 접하게 됩니다. 특히 고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집을 떠나 축제 때 예루살렘으로 여행을 며칠씩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지요. 예를 들면, 갈릴레아에서 예루살렘까지 걸어서 일주일이 소요되고 제사와 축제의 기간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또한 일주일을 소비하므로….
그리고 우기는 농부들이 농사를 짓기에 바쁜 철이기도 합니다. 10월경부터 그 다음에 4월경까지는 농사를 지어 추수하기에 바빴으므로 다른 일에 참여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쟁도 주로 건기에 일어났다고 합니다. 추수를 끝내고 전쟁을 시작해 다시 우기가 시작되면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봄에 맞이하는 축제인 과월절은 보리 추수를 끝낸 후 지키고, 밀을 추수하고 주간절을 지키게 된 것입니다. 과월절 무렵에 마지막으로 늦은 비가 살짝 내려 줍니다. 그리고 주간절 무렵에 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건기 또한 여행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날씨이지요. 찌는 듯한 태양빛, 건조하고 무더운 바람이 여행자들을 탈수시키고 일사병으로 고생하게 만드니 말입니다. 그래서 건기에서 우기로 넘어가고, 우기에서 건기로 바뀌는 추수기와 환절기에 축제일을 정해 주셔서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쉽게 이동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축제에 참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유다인들의 역사관은 정말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를 기억할 뿐만 아니라 다시 역사 속으로 들어가 직접 체험하고 체화시키는 민족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성경 시대부터 대대로 이런 축제들을 지키면서 어떻게 후손들을 교육시키는지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