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에서 차를 타고 동쪽 외곽으로 10분 정도 달리면 큰 도시이고, 지중해성 기후를 띠고 있는 푸른 예루살렘과는 전혀 다른 풍경들이 나타나고, 문화와 풍습이 또한 도시적인 것과는 판이한 생활양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반사막 기후를 형성하고 있는 유다 광야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목축을 하는 베두윈들이지요. 지리적으로 반사막지역의 최남쪽으로는 브에르 세바, 북쪽으로는 예루살렘을 접경한 지역을 경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베두윈들의 생활, 문화 풍습에 대해 알아볼까요?
글의 순서
(유다 광야의 베두윈 목동이 양와 염소 떼를 몰고가는 풍경)
매년 12월경, 비가 충분히 내려 이 사막에도 풀들이 푸릇푸릇 돋아나기 시작합니다. 다음 해 2-3월경이면 양들이나 낙타 그리고 염소들을 방목하기에 적합한 목초지를 이룹니다. 이때쯤 아침 해가 뜨면 목동들은 가축들을 풀밭에 방목하여 풀을 뜯게 하고, 해가 질 무렵이면 떼를 지어 언덕 넘어 집이나 양 우리로 돌아가기 위해 목자들을 따라가는 양과 염소 무리를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석양 노을빛을 받으며 일렬로 한가로이 언덕을 넘어가고 있는 그 모습에서 평화로움, 신비함, 고요와 삶의 숙연함을 발견할 수 있지요. 소음과 분주함으로 하루를 바쁘고 삭막하게 살아가기에 지친 도시인들이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과 쉼을 그들은 침묵으로 말을 해 주는 것만 같아 종종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합니다.
1. 베두윈은 누구인가?
베두윈은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들 중의 하나입니다. 그들의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창세기의 족장(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등)들과 이들의 조상들도 이들처럼 목자들이었을 겁니다. 창세기 47장 3절에서 요셉은 파라오에게 자신의 형제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생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종들은 목자들입니다. 저희도 그러하고 저희 조상들도 그러하였습니다.” 아브라함은 갈대아 우르에서 나와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와 스켐, 헤브론, 브에르 세바, 즉 남쪽 네겝(남방) 지역으로 식솔과 가축을 이끌고 이동했습니다(창세기 12-25,6 참조). 이 지역들은 히브리어로 “미드바르 (사막)” 또는 “예쉬몬 (버려진 땅)”이 있는 지역을 말합니다. 농촌 지역과 근접한 지역의 버려진 땅에 이동식 천막을 짓고 목축을 하면서 버터와 우유, 그리고 치즈를 곡물(보리, 밀 등)과 물물 교환을 하면서,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 이동합니다.
(빵을 굽는 사막의 베두윈들)
2. 베두윈의 문화, 풍습
1) 환대
건조하고 거친 사막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은 부족을 이루면서 고대로부터 나름대로 독톡한 문화와 풍습을 발전시켜 왔지요. 두 가지 대표적인 관습을 예로 들어 본다면, 창세기 18장에 아브라함이 주님을 친절히 대접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첫째로 손님 대접이 매우 극진합니다. 요즈음도 베두윈 천막을 방문하면 이들은 매우 친절하고, 누구에게든지 자기 집안의 가장 귀중한 음식을 대접하고, 온 가족이 손님을 중심으로 모여 앉아 환담을 나눕니다. 몇 년 전에 방문을 했었던 한 가족은 우리 일행들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밖에 나가 양의 젖을 짜서 따끈한 치즈를 만들어 와서 먹어보라고 권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양이 얼마나 많았던 지… 치즈의 맛에 익숙하지 못했던 우리들은 고작 몇 수저 밖에 먹지 못해 미안해했지만, 그들은 그에 개의치 않고 계속 온갖 음식을 차려 놓고 먹어보라고 권해서 그들의 친절함에 저절로 감탄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막 한가운데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박대하거나 무관심하게 보내면 그는 아마 얼마 가지 못해 탈진으로 죽거나 위험하게 될 것입니다.
2) 복수(되값아 줌)
또 다른 풍습으로서 이들은 자신의 재산이나 가족이 다른 부족에게 해를 입었다면 철저히 되갚아 주는 복수에 대한 의식입니다. 이 관습 또한 창세기 14장을 통해 볼 때 오래된 그들만의 행동 양식이라 할 수 있지요. 동쪽 다섯 임금들이 쳐들어 와 조카 롯을 생포해 가고 재산을 몰수 해 갔을 때, 이 소식을 들은 아브라함은 자신의 수하 장정 318명을 이끌고 가서 롯을 구해 옵니다. 현재 아랍 사람들도 이런 풍습들과 매우 흡사한 문화를 가지고 있지요. 일부다처제를 통해 대가족을 이루며 함께 모여 살고, 만일 어린 자녀가 이웃 아이에게 매를 맞거나 불이익을 당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온 친척과 가족이 몽둥이를 들고 찾아가 패싸움을 하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3) 삶의 양식
이들의 삶의 양식들은 매우 단순해서 그들의 성격은 천성적으로 순수하고 소박하며, 매우 착합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격의 없이 친절을 베푸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이런 특징들 때문에 성경의 기자들이 그들을 비유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예는 창세기 4장의 카인과 아벨의 사건에서도 하느님께서 양치기인 아벨의 제물만 받으시는 편애를 하신 것으로 시작합니다. 양치기였던 다윗이 기름부운 받은 이야기, 그리고 시편에서 다윗은 하느님과 자신의 관계를 목자와 양으로 비유하고 있지요(시편23). 야곱, 즉 이스라엘이 요셉을 축복할 때, “제가 사는 동안 지금까지 늘 저의 목자가 되어 주신 하느님” (창세 48, 15-16)이라고 고백합니다. 벤야민 땅 ‘아나톳’에서 양를 치던 목자 예레미야는 수없이 목자들을 비유로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예레2, 8; 23, 1-4 ; 10, 21; 50, 6). 이외에도 시편은 물론 즈카르야, 에제키엘 등 구약 성경의 전반적인 이야기 속에 목자들에 관한 비유와 이야기가 수없이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중의 인상적인 비유는 예레미야에 언급되는 조상의 전통을 따라 포도주를 입에 대지도 않았던 레캅인들에 관한 교훈이지요(예레 35장).
4) 성경의 이상적 사회인 목축업
이렇게 목축 사회가 이상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탈출 후 가나안 땅으로 들어와 정착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가나안의 농경 사회에서 섬기던 우상숭배에 대한 유혹에 쉽게 노출되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호세 2, 7-8; 10, 15-17, 19-23). 비에 의존해서 농사를 지어야 했던 그들은 비와 기후를 관장한다고 생각했던 이방신을 섬기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것입니다.
3. 목축에 대한 예수님의 이해
예수님께서도 양과 목자의 관계를 비유로 우리와 그분의 관계를 설명 하십니다(요한 10, 1-21). 양들을 위하여 목숨까지 내놓으시는 그분의 순수하고 충직한 목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목자 중의 아주 착하신 목자의 모습으로 그분의 양들인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