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축제들 3: 유다인의 할로윈 푸림(Purim)절

이스라엘 축제들 중에서 푸림 축일은 가장 흥겹고 재미있게 보내는 명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푸림의 역사적 유래와 지키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의 순서



1. 푸림절의 유래와 특징

이스라엘의 어린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명절은 아마 ‘푸림절’ 축제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념행사의 주인공이 어린이들이기 때문이죠. 유다력으로 어린이에 맞춰진 휴일이고, 가장 재미있는 파티가 열립니다. 하지만 푸림은 역사적으로 반유다주의에서 파생한 대학살 음모가 있었던 어두운 한 면과 가장 성적이고, 가장 비장한 이야기를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3월경에 기념되고 있는 이 푸림절의 배경은 에스테르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원전 612년 네부카드네자르가 바빌론 왕으로 등극을 한 후, 기원전 586년에 유다 왕국을 점령하고 성전을 무너뜨리고 유다인들을 포로로 삼아 바빌론으로 끌고 갔습니다. 기원전 539년에 페르시아 왕 키루스가 바빌론을 점령하고, 유다인들이 이스라엘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해 주었습니다 (에즈1, 1-4). 일부 유다인들은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와 예루살렘에 2차 성전을 건축하지만, 많은 유다인들은 바빌론에 남아 큰 공동체를 형성합니다. 어떤 곳은 유다인들로만 구성된 성읍도 있을 정도였지요. 그리고 페르시아 집권 아래 유다인들은 정부의 요직에도 오릅니다. 예를 들면 에즈라는 정부의 서기관이었고, 느헤미야는 궁전의 술 시중을 맡은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배경하에서 에스테르의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크세르크세스 1세(아하수에로) 대왕 통치 시기인 기원전 485-465경에 수사라는 성읍에 모르도카이와 그의 사촌이지만 양녀가 된 에스테르가 살고 있었습니다. 임금의 내시였던 모르도카이는 다른 두 내시의 반역 계획을 알고는 임금께 이들에 대한 보고를 했습니다. 이들의 처형을 지켜봤던 부개 사람 함므다타의 아들 하만은 이 일로 모르도카이와 그의 민족들을 해칠 계획을 했습니다.

에스테르가 던진 푸르

수사 성에서 잔치를 베풀었던 왕은 왕비 와스티를 폐위시키고, 다시 왕비를 뽑았는데 아름답고 용모가 어여쁜 하다싸 곧 에스테르가 왕비에 오릅니다. 그리고 재상이 된 하만은 자신에게 무릎을 꿇고 절도 하지 않는 모르도카이에게 분노를 하고, 그와 그의 민족을 몰살할 계획을 짜고, 왕을 회유하여 각 지방에 서신을 띄어 아다르월 13-14일에 한 민족을 모두 절멸시키도록 명령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모르도카이는 에스테르에게 알려 단식을 하고, 왕 앞에 나아가 하만의 악한 꾀를 고하고, 유다 민족을 구해주도록 요청하라고 지시합니다. 사흘 밤낮으로 단식을 한 후 에스테르는 왕에게 향연에 하만과 함께 초대를 하고, 파티를 하는 도중 자신과 자신의 민족을 구해 줄 것을 간원한 후 하만의 교묘한 음모를 폭로했습니다. 자신의 눈에 오만한 모르도카이와 그의 민족을 몰살하려던 하만은 자신이 만든 높이 쉰 자짜리의 말뚝에 매달려 죽임을 당했습니다. 반면 모르도카이는 왕 다음으로 높은 제 2인자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하만이 ‘유다인들을 절멸시키고 그들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푸르 곧 주사위를 던졌다’고 해서 이 날을 푸림이라 부르고 각 지역에 사는 유다인들로 하여금 이 축일을 기념하고 지키도록 규정을 지었습니다. 그래서 이 푸림절은 유다인들 사이에서 사라지지 않고, 그 기억은 후손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게 되었다고 에스테르서는 전하고 있습니다.

2. 푸림절 기념 풍경

회당에서 유다인들은 푸림절에 에스테르를 독서로 읽습니다. 그런데 독서하는 사람은 이 사건을 단순히 낭독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연극을 하듯이 드라마틱하게 읽습니다. 이때 회당에 모인 사람들은 바람개비처럼 생기고 흔들면 ‘따다닥 따다닥’하는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하나씩 준비해 옵니다. 독서자가 “모르도카이”란 말을 읽으면 사람들은 ‘와와..’하는 환호와 함께 장난감을 흔들어 댑니다. 그리고 “하만”이란 단어를 읽으면 ‘우우..’하는 야유와 함께 또한 장난감을 흔듭니다. 회당 안은 이 소리로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에 이르게 되고, 사람들은 극적으로 악인의 손에서 자신의 조상들을 구원하셨던 하느님을 기리고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축일에 유다인들은 ‘오즈네이 하만 (하만의 귀)’라고 하는 과자를 만들어 먹습니다. 이 과자는 밀가루를 반죽해 밀어서 동그랗게 각을 뜬 다음 그 안에 송편 속을 만드는 것처럼 각종 달콤한 열매를 섞어서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오븐에 구워낸 것입니다. 언젠가 유다인 가정에 머물렀을 때 함께 이 과자를 만들어 봤는데요.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맛을 보는 재미란 축제 그 자체와는 다른 또 하나의 추억인 것 같습니다. 또 재미있는 풍습 중의 하나가 있는데요. 푸림절인 이날 사람들은 인사불성이 되어 사람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술을 마십니다. 그만큼 즐겁고 흥겨운 축제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거나 기부금을 냅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것인 가면무도회와 같은 파티를 하는 것입니다. 푸림절을 앞둔 며칠 전부터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은 푸림 파티에 입고 갈 독특한 의상을 준비하느라 들떠서 분주해집니다.

예루살렘 신시가지의 야뽀라는 거리는 화려한 전등불로 치장이 되고, 밤이면 온갖 재미있는 복장을 하고 즐겁게 춤을 추며 행진하는 모습은 외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세상에 그들 만큼 역사의식을 확고하게 갖고 재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철저히 역사에 참여하고 다시 경험하는 유다인들…! 그래서 하느님은 그들을 선택하시어 당신의 행하신 일들을 기념하도록 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주님께서 그렇게 하도록 훈련을 하시는 것인지… 또한 이렇게 전통에 집착하는 행위 때문에 예수님께 책망을 받았는지도 모릅니다 (마태오 15, 1-20; 마르 7, 1-23).

우리나라의 추석이나 설날에 송편이나 떡국을 먹고 전통적인 독특한 놀이가 있는 것처럼, 유다인들도 다른 축일과는 다른 독특하고 재미있는 전통적인 축제로 푸림을 기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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