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에 대한 5가지 이해

탈무드는 ‘공부하다(study), 배우다(learn)’라는 의미입니다. 유다이즘을 잘 이해하려면 그들의 문화와 풍습이 탈무드로부터 기원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탈무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집성되고, 진행형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탈무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글의 순서



1. 탈무드는 어떤 책일까요?

유다교의 가장 중요한 지침서인 탈무드

(유다교의 가장 중요한 삶의 지침서인 탈무드)

우리나라에서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적어도 한번 즈음은 ‘탈무드’라는 말를 들어보거나 책을 읽어보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탈무드의 지혜,’’탈무드의 해학,’’탈무드의 웃음,’ 등등의 탈무드와 연관된 책 제목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요. 이들은 유명한 현자 라삐들이 경험한 에피소드와 이를 재치있게 해석하는 것을 통해 지혜를 얻게 되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수업 시간에 탈무드 입문이나 맛보기로 배우기 전까지는 탈무드는 그저 유머, 해학, 지혜를 담고 있는 재미있는 책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탈무드에 관한 입문 시간에, 먼저 그 방대한 분량에 놀라고, 히브리 성경과 그 시대의 시간, 공간적 배경과 상황을 모르면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하여 난해함에 그만 기가 죽고 맙니다. 바빌론에서 집성된 탈무드를 매일 1페이지씩 읽고 공부를 하면 7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탈무드의 이야기는 진행형이라고 했던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탈무드는 유다 율법, 관습/도덕, 그리고 역사에 관련된 현인들의 토론을 기록한 책으로 미쉬나( משנה Mishnah)와 그마라 ( גמרה Gemara)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유다교에서는 토라의 종류를 두 개로 보는데, 하나는 글로 쓰인 모세오경이고, 다른 하나는 구전 토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시나이 산에서 모세가 받은 것은 단순히 쓰인 모세오경뿐만 아니라 구전 토라도 함께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미쉬나라는 것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구전 토라로, 그마라는 미쉬나에 대한 토론과 성경을 비롯한 그 밖의 내용에 대한 기록입니다.

2. 탈무드의 역사

유다 학문은 보통 구전으로 전해 내려왔고, 그 과정 속에서 라삐들은 율법을 해설하고 이에 관한 논쟁을 했으며 성경을 토론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 변화가 온 것은 서기 70년 제2차 성전이 파괴되면서부터입니다. 라삐들은 성전이 무너지고, 자치 주권을 완전히 빼앗긴 상황에 대응을 해야 할 필요를 느꼈지요. 유다의 법적인 절차에 대한 혼란이 생기고, 구전 학문 체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이 시기를 즈음해서 라삐들의 토론이 기록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제일 먼저 기록된 구전 율법은 모세오경을 주석 형태로 토론한 미드라시(성서 주석)이었습니다. 그리고 서기 200년에 유다 하 나시 (Judah haNasi, הנשיא יהודה)라 불리는 라삐가 재집성하여 성경 구절 순서로 구성된 것을 토론 주제별로 다시 집성했는데, 이를 ‘미쉬나’라고 부릅니다. 미쉬나는 “개정, 교정, 또는 재집성”을 의미합니다. 미쉬나가 성경 구절 순서가 아닌 주제별로 집성된 율법이다 보니 각각의 주제들이 훨씬 더 총체적으로 다루어져 있고, 할라카적(율법적)인 논제들이 미드라쉬보다 더 폭넓게 다뤄집니다. 그리고 미쉬나의 중심적인 주제들은 탈무드의 기본 틀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미쉬나는 여섯 개의 논제로 이루어져 있지요. 이 그룹들을 세데르/스다림 (seder, 복수형: sadarim)이라 부릅니다. 이 여섯 개의 세데르는 7-12개의 책을 각각 갖고 있는데, 이를 마쎄헤트/마쎄홋(masechet, 복수: masechot)라고 부릅니다다. 각 마쎄헤트는 각 장(chapter)들로 나뉘는데, 각 장은 더 작은 단위인 미쉬나(단수mishnah; 복수 mishnayot)로 나뉩니다. 마지막 단위인 미쉬나는 위에 언급된 미쉬나와 발음이 같습니다.

탈무드의 내용 구조

(탈무드의 내용 구조)

3. 탈무드의 구성

첫 번째 그룹은 ‘제라임’ (זרעים Seeds 히브리어로 ‘씨’를 뜻함 )은 11개의 마쎄호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도와 축복문, 십일조, 그리고 농경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인 ‘모에드‘(מועד Festival Days 히브리어로 축일/축제를 뜻함)는 12개 메쎄호트로 구성되어 안식일 율법과 축일 율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세 번째 그룹 ‘나쉼’ (נשים Women 히브리어로 여자/여성을 뜻한다 )은 7개 마쎄호트로 구성되어 결혼과 이혼, 서약 율법과 나지림(서약한 사람) 율법을 다룹니다.

네 번째 그룹인 ‘네지킨’(נזיקין Damages, 히브리어로 재해/손실을 뜻함)은 10개 마쎄호트로 구성되어 민사 율법과 범죄 관련 율법, 법정과 맹세/선서의 기능에 대해 말합니다.

다섯 번째 그룹인 ‘코디쉼’ (קודשים Holy Things, 히브리어로 거룩한 예식이나 기구를 뜻한다 )은 11개 마쎄호트로 구성되어 하느님께 바치는 제사 율법, 성전 그리고 음식 율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여섯 번째 그룹인 ‘토호로트’( טהורות Purity 히브리어로 순결/정결을 뜻한다)는 12개 마쎄호트로 구성되어 정결 율법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4. 탈무드의 특징

미쉬나가 집성된 후 3세기가 흐르는 동안 이스라엘과 바빌론에 거주했던 라삐들은 미쉬나를 분석하고 토론하며 논쟁을 했습니다. 이런 내용들이 그마라(גמרה Gemara)를 형성하는데, 미쉬나에 언급된 현인들(תנאים 타나임)들의 토론 내용을 설명하고 퇴고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지요. 그래서 그마라는 “완성(히브리어), 배움(아람어)”을 의미하고 그마라에 언급된 현인들을 아모라임(אמוראים Amoraim)이라 부릅니다. 그마라는 히브리어인 “탈무드”로 해석할 수 있지요. 이 두 용어 모두 “배움, 연구”를 뜻합니다. 그마라의 많은 부분은 미쉬나에 있는 율법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마라의 다른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미쉬나에 언급된 율법에 대한 올바른 성서적 기반을 찾아내어 논리적으로 이어가는 것입니다. 탈무드가 책으로 집성되기 전까지 바로 이 활동을 탈무드(연구, 배움이라는 뜻)라 불렀습니다.

탈무드는 방대한 양의 자료를 담고 있으며 많은 주제에 대해 토론합니다. 전통적으로 탈무드는 내용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율법적(할라카) 분류와 아가다적 분류입니다. 유다 율법과 관습에 대한 부분을 할라카라 부르며, 아가다라는 것은 율법적 내용이 아니라 설교적/도덕적 또는 역사적인 특징을 가진 기록/이야기를 뜻합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대부분의 탈무드는 바로 아가다적인 부분으로 도덕적/역사적 특징을 가진 교훈적 이야기들입니다.

5. 탈무드 종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스라엘과 바빌론에서 현인들이 미쉬나를 토론하면서 탈무드를 집성했더랬습니다. 탈무드는 팔레스타인과 바빌론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 탈무드와 바빌론 탈무드로 구분합니다. 예루살렘 탈무드 ( תלמוד ירושלמי 탈무드 예루샬미 )는 티베리아에서 집성되어서, 티베리아, 세포리스, 카이사리아 현인 학파들의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1) 예루살렘 탈무드

예루살렘 탈무드는 바빌론 탈무드와는 다른 아람어의 한 방언으로 쓰였습니다. 이스라엘 (주로 티베리아와 카이사리아) 현인들에 의해 약 200년에 걸쳐 발전된 미쉬나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이스라엘 땅의 농경법을 다루고 있지요. 이 탈무드는 대략 3-5세기경 사이에 집성되었다고 보지만 정확히 언제인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예루살렘 탈무드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이스라엘 탈무드나 또는 팔레스타인 탈무드로도 불립니다. 이 탈무드가 집성될 무렵 정치적으로는 그리스도교를 합법적으로 공인한 비잔틴 로마가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유다인들을 향해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던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정책으로 많은 유다인들이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았으므로 탈무드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 탈무드는 비교적 완성도가 떨어져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3) 바빌론 탈무드

바빌론 탈무드의 집성 배경은 기원전 587/6년으로 올라갑니다. 바빌론 네브카드네자르 왕에 의해 남유다 왕국이 멸망하고 난 후 페르시아의 키루스 왕의 칙령으로 유배 생활을 마친 다음에도 유대아 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유다인들이 바빌론에서 공동체를 계속 유지했습니다. 이스라엘 땅에 있었던 현인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집성된 바빌론 탈무드(תלמוד בבלי 탈무드 바블리 )는 미쉬나와 그마라로 구성되는데, 바빌론 그마라는 바빌론 현인들이 약 300년 동안 미쉬나를 주해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견해에 따르면 바빌론 탈무드가 라브 아쉬(Rav Ashi)와 라비나(Ravina) 2세에 의해 집성되는데 아쉬는 바빌론 공동체 중의 하나였던 수라(Sura)의 리더였습니다. 아쉬가 시작하여 라비나 2세가 완성했는데, 라비나 2세가 서기 499년에 세상을 떠났으므로 탈무드 집성도 그 이전에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람어 방언이 달라 읽기 어려운 예루살렘 탈무드와는 달리 바빌론 탈무드는 매우 신중하고, 정교하게 표현되었습니다. 그러나 탈무드 구성 그룹 중 제라임(이스라엘 관련 농경법)과 토호로트(성전과 제사 관련 정결법)는 바빌론관 관계가 없으므로 표함 되지 않았습니다.

“탈무드”라는 용어를 단순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다인들 나름대로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 율법을 지키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에 맞게 적용시키고자 했던 현인들의 위대한 노력을 느낄 수가 있지요. 그래서 오늘날 유다인들이 성경보다 더 쉽게 다가가는 것이 탈무드이며 그들 나름의 성경 해석 방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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